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침묵하는 연습

princess7 2007. 10. 26. 08:18

  

침묵하는 연습



 

나는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
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. 

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뒤일수록 
더욱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. 
많은 말이 얼마나 사람을 탈진하게 하고 
얼마나 외롭게 하고 
텅비게 하는가? 

나는 침묵하는 연습으로 
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. 

내 안에 설익은 생각을 담아두고 
설익은 느낌도 붙잡아 두면서 
때를 기다려 무르익히는 연습을 하고 싶다. 

다 익은 생각이나 느낌 일지라도 
더욱 지긋이 채워 두면서 
향기로운 포도주로 
발효되기를 기다릴 수 있기를 바란다. 

침묵하는 연습, 
비록 내 안에 슬픔이건 
기쁨이건..   

더러는 억울하게 오해받는 때에라도 
해명도 변명조차도 하지 않고 
무시해버리며 묵묵하고 싶어진다. 

그럴 용기도.. 
배짱도.. 
지니고 살고 싶다.. 
유안진《그리운 말 한마디》중에서


그림은 문인상 화백의 작품이며
흐르는 음악은 대금과 아쟁으로 연주하는 
『청산의 길』입니다.
 
상강(霜降)을 맞아
이 가을...
더욱 풍성하시고 
행복하시기 바랍니다.